번째 식당🧑‍🍳 우려하던 일이 일어나다

7월 13일, 코디의 기록

특이사항: 다가치를 예쁘게 담으려고 카메라 챙김

방학이라 본가인 건대입구에서 다가치로 출발했다. 어제 밤, 평소 늦잠 꾸러기인 나는 심히 걱정했다. 잘 일어나 갈 수 있을까? 냔냐냔냐냐! 냔냐냔냐! 냐~냐냐~ 8시에 알람이 울렸다. 벌떡 일어나 씻고 어제 골라뒀던 옷을 입고 부랴부랴 나갔다. 최대한 가는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자전거로 쌩쌩 달려 역에 도착했다. 시간을 계산해보니 다행히 정해진 시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신정학마을아파트 역에서 내려 여유있게 걸어가던 중 등안에게 전화가 왔다. 든든하던 등안이 안 온 지 벌써 몇주째인 지.. 오늘도? 하며 전화를 받았다. 등안은 케이크 자격증 필기에 붙어서 지금 실기를 보러 왔다고 했다. 그동안 못 온다는 소식을 카톡으로 했는데 오늘은 전화로 해준 것과 애교섞인 미안한 목소리와 꿈에 열심히 쫓아가는 모습에 화는 나지 않았다. 뭐 어떻게, 다음을 믿어보는 거지. 등안에게 잘 하라고 응원하며 전화를 끊었다.

등안만 연락이 온 건 아니었다. 프로젝트 날만 되면 바빠지는 카톡방. 호야는 못온다고 하고, 림보와 빈대떡은 늦는다고 했다. 그치만 나도 약속을 잘 못 지키는 편이라 이해가 되었다. 다가치 학교에 도착하니 ‘무엇이든~제작팀’ 꾸리들이 쪼르르 앉아있었다. 너무 귀엽잖아 ㅠㅠ

화보같아 몇 장을 더 찍었다. 함께 모아를 기다리는 동안 봄이도 왔다. 제주도에서 우리 줄 간식을 사왔다고 오자마자 보여주었다. 감동이었다. 봄이는 저번 주에 제주도에서 금요일 저녁에 도착해서 피곤하면 못 올 수도 있다고 했기 때문이다. 어제 비행기에서 내렸는데, 성실하게 프로젝트에 와준 것이다. 게다가 기념품도 사들고.

이때까지만 해도 봄이 기분도, 나도 마냥 좋았는데..

다가치 문을 열고 있으니 땀을 잔뜩 난 빈대떡이 왔다. 늦는다고 했는데 딱 맞춰와서 또 감동했다. 천천히 오지 왜 힘들게 뛰었냐고 물었는데, 벌이 와서 도망치느라 어쩔 수 없었다고 츤데레 모먼트를 보여주었다. 기분좋게 들어와 몇 초도 되지 않아 바로 우려하던 일이 벌어졌다. 봄이는 나에게 제주도에서 뭐 했는지 재잘재잘 말해주었다. 나는 봄이가 경청하는 느낌이 들게 중간중간 질문을 했는데, 이게 실수였나보다. 봄이는 내 질문에는 대답을 하지 않고 하고 싶은 말을 이어했다. 빈대떡은 이것이 못마땅했다. 그래서 ‘코디분이 말씀하시는데 너 할 말만 하면 어떡하냐’고 지적했다. 좀 말은 쎘지만, 종종 빈대떡이 봄이의 행동에 대해 통제하는 목소리를 냈고 봄이는 이를 넘겨들었기에 괜찮을 줄 알았다. 그런데 봄이의 표정이 싸해지더니 왜 나한테 그렇게 말하냐고 했다. 그러고 내가 정신을 차릴 새도 없이 ‘어쩌라고’가 오가더니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봄이는 아이패드로 야구를 봤고 나중에는 에어팟도 끼며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보였다. 빈대떡에게 말을 걸었더니 ‘제 알빠에요?’ ‘쟤 원래 저래요’ 등 거친 말들을 내뱉었다. 나는 중간에서 대꾸하지 않는 봄이에게 말을 걸고, 싸한 빈대떡의 시선을 견디고(빈대떡 정색하면 왜케 무섭지 ㅠㅠ), “어머 분위기가 왜 이러지~”하며 모르는 척했다.

급하게 모아에게 도움을 청했다. 둘이 다퉜다고. 모아는 우선 화해시키려 하지 말고 역할을 분리하라고 했다. 그래서 우선 별 필요하지도 않은 파종 방법이 담긴 책을 찾으러 빈대떡과 도서관으로 갔다. 근데! 배가 아픈 것이다. 당장이라도 터져나올라해서 빈대떡한테 내려가있으라 하고 화장실로 갔다. 면접 때가 떠올랐다. 면접 질문이 “꾸리들이 갈등이 생기면 어떻게 할 건가요?”였고 그 답에 “갈등은 자연스러운 것이니 받아들이겠습니다.”라고 답했다. 그때의 마음가짐을 새기며 한결 편해진 몸과 마음으로 다온카페로 갔다.

와중에 림보가 왔있었고 셋은 떨어져 있었다. 꾸역꾸역 씨앗 파종하는 방법을 찾아봤다.